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026년 7월 7일부로 전면 시행됐다. 온라인상의 혐오·차별 조장 정보와 허위조작 정보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구독자 10만 명 이상 유튜버에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고, 반복 유포 사업자엔 최대 10억 원 과징금이 부과된다. 여당은 “핀셋 규제”라 부르고, 야당은 “입틀막법”이라 맞선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게 문제다.
“핀셋 규제”라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
여당은 이 법을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가짜뉴스만 골라내는 핀셋 규제”라고 설명한다. 듣기엔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 ‘핀셋’을 누가 쥐는가.
허위정보 판단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민간 기업이 자체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차단·계정 정지를 결정한다. 민간 팩트체크 단체의 검증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그런데 그 팩트체크 단체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누가 검증하는지는 이 법 어디에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결국 구조는 이렇다. 신고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판단은 플랫폼이 하고, 감독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한다. 3단계 모두 ‘자율’과 ‘재량’이라는 이름 아래 기준이 흐릿하다. 이것이 핀셋인지, 그물인지는 법 조문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진영 대결이 본질을 덮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최고위원회의에 등장했다. 장동혁 당대표는 “이재명 독재의 완성”이라 불렀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검열 포비아”를 언급했다. 퍼포먼스는 강렬했다.
그런데 야당이 진짜 싸워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이 이 법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개정안은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는 불법정보에서 제외”했지만, 형사처벌 조항은 그대로 유지했다. 즉, 사실을 말해도 여전히 감옥에 갈 수 있다. 이 조항은 유엔 인권위원회가 수차례 폐지를 권고한 조항이다. 야당이 검은 마스크 대신 이 조항을 정조준했다면, 논쟁의 질이 달라졌을 것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공익 목적 보도는 제외”라는 예외 조항을 내세우지만, 공익의 기준은 결국 법원이 사후에 판단한다. 소송이 결론 나기 전까지 콘텐츠는 삭제되거나 계정은 정지될 수 있다. 그 사이에 발생하는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가. 법은 답하지 않는다.
법이 만든 구조, 누가 가장 조용해지는가
구독자 10만 명 이상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는 이제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다. 억대 소송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1인 크리에이터가 먼저 입을 닫는다. 대형 언론사는 법무팀이 있다. 개인 미디어는 없다.
혐오와 가짜뉴스 규제는 필요하다. 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법이 설계된 방식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권력 비판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먼저 침묵시키는 구조를 내장하고 있다.
“방어막”과 “입틀막”은 동전의 양면이다. 어느 쪽 면이 위를 향하는지는, 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결정한다.
당신은 그 집행권을 누구에게 맡기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