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먼저 정해두고, 그에 맞춰 답변서를 수정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란 증거를 쫓아 결론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번엔 순서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결론을 정해두고, 증거처럼 보이는 것들을 끼워 맞췄다. 이건 수사가 아니다. 각본이다.
색 표시까지 된 ‘조율 문서’의 의미
종합특검팀이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비공식 답변서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표시가 있었다. 최종 공식 답변서에서 빨간 부분은 살아남고, 파란 부분은 지워졌다. 편집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변호인은 수사팀 부장검사와 수차례 만나 문서를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이게 단순한 ‘수사 효율화’인가. 당시 수사팀은 그렇게 주장한다. 하지만 타이밍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대거 교체된 직후, 변호인 측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검장은 송경호에서 이창수로 바뀌었고, 주가조작 사건 실무지휘자 고형곤 4차장도 조상원으로 교체됐다. 변호인 측은 이 교체를 지켜보다가 답변서 조율에 나섰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정밀하다.
‘완결성’이라는 말의 불편한 진실
변호인은 조율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검사가 봐도 수긍할 수 있어야 했다.” 이 말이 핵심이다. 특검이 출범하면 기존 수사기록이 그대로 넘어간다. 답변서가 수사 내용과 어긋나 있으면 무혐의 처분 자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미리 맞춰뒀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건 ‘수사의 완결성’이 아니라 ‘무혐의의 방탄’이다.
검찰이 증거를 보고 혐의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무혐의를 지키기 위해 증거를 재단한 것이다. 3대 특검에 참여했던 변호사의 표현이 정확하다. “기소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이후 김 여사는 제3의 장소에서 출장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됐지만, 민중기 특검 수사에서는 주가조작 2심과 명품백 수수 1심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무혐의는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완전히 뒤집혔다.
검찰개혁을 가로막는 논리의 허점
이런 사건 앞에서 일각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헌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건다. 헌법 조문 하나를 방패로 삼는다. 그런데 헌법이 보호하는 건 국민의 권리다. 수사 권한의 남용이 아니다. 답변서를 피의자 측과 함께 편집하는 검찰이 헌법적 수사권의 정당한 행사자인가.
보완수사권이든 직접수사권이든, 권한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 권한이 누구를 위해 작동하느냐가 문제다. 이번 사건은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검찰의 수사권이 ‘봐주기’의 도구로 쓰였다는 구체적 정황이 변호인 진술과 비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이 상황에서 검찰 권한 축소에 반대하는 논리는, 결과적으로 그 남용을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신이라면 이런 검찰에 어떤 권한을 더 쥐여주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