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아이스크림 절도, 경찰은 왜 가혹할 수밖에 없었나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은 30대 발달장애인 두 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부모는 편의점주에게 사과하고 아이스크림 값의 60배를 배상했다. 점주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가족들은 경찰을 비난한다. 언론도 이 사건을 “경찰의 온정 없는 처리”로 그린다. 검찰은 인권을 아는 합리적 존재로 묘사된다. 이 프레임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그리고 왜 위험한지 짚어봐야 한다.


경찰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없었다

법이 정한 경계 안에서 사법경찰관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없다. 형법 제331조는 2명 이상이 합동해 타인의 재물을 훔치면 특수절도가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징역. 벌금형이 없다.

특수절도는 즉결심판 대상이 아니다(즉결심판은 20만 원 이하 벌금·구류·과료).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회부도 원칙적으로 벌금형이 있는 죄에 한한다. 즉, 범죄가 성립한 이상 사법경찰관은 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할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이 “봐줬다면” 오히려 법 왜곡죄가 됐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을까. 없다. 개정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불송치결정권은 혐의가 없거나 공소권이 없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 이 사건은 특수절도의 구성요건이 형식적으로 충족된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정은 책임능력의 문제이지 범죄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다. 형법 제10조의 심신상실이 인정된다면 죄가안됨으로 불송치할 수는 있으나, 이건 정신감정 등이 선행돼야 하는 판단이지 현장 사법경찰관이 즉석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경찰이 “봐줘서” 사건을 덮었다면 오히려 법 왜곡죄로 문제가 됐을 것이다. 실제 담당 경찰이 “송치하지 않으면 법 왜곡죄로 처벌받을 부담이 있었다”고 밝힌 것은 엄살이 아니다.


검찰이 “인간적”으로 보인 이유는 제도 때문이다

반면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검사에게는 기소편의주의에 따른 재량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초범 여부, 피해 정도, 피해자 의사, 피의자 상태 등을 종합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즉, 이 사건에서 검찰이 “인간적인 처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이 경찰보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검찰에게만 그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건 정의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다.


이 사건이 진짜 드러낸 것

첫째, 우리 형사사법체계가 경미 사건에 대한 유연한 처리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diversion program(사건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경미 범죄, 특히 정신 장애·발달 장애 관련 사안은 형사절차에서 이탈시켜 사회복지·치료 시스템으로 연계한다. 독일 형사소송법도 기소법정주의 원칙 아래서도 경미 사건의 경우 검찰이 절차 중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한국은 이런 완충 장치가 부족하다.

둘째, 이 사건은 경찰의 재량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학계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경찰이 불송치할 수 있는 사유가 제한적이고, 특히 범죄가 성립했으나 처벌할 실익이 없는 사건에 대해 경찰이 스스로 판단할 통로가 사실상 막혀 있다. 이 통로가 열리려면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절차 아래 경미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언론의 프레임 자체가 위험하다. “무정한 경찰 vs 인간적인 검찰”이라는 구도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다. 이 프레임은 은연중에 “경찰에게 더 많은 재량을 줘서는 안 되고, 검찰이 최종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제 사건은 정반대의 교훈을 준다. 경찰의 재량이 좁고, 검찰의 재량이 넓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서 경찰은 기계적으로 송치할 수밖에 없고, 검찰은 편의주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검찰개혁 논의의 새로운 각도

결국 이 사건은 검찰개혁 논의의 새로운 각도를 요구한다. 우리는 지난 며칠간 검찰의 권력 집중과 그로 인한 부패의 문제를 짚었다. 오늘의 사건은 그 반대편의 문제를 보여준다. 경찰에게 판단할 여지가 없어서, 검찰에게 판단할 여지가 몰리는 구조.

이 구조에서는 오늘처럼 검찰이 “인간적”으로 보이는 사건도 있지만, 어제처럼 검찰이 답변서를 조작하는 사건도 있다. 한 기관에 재량이 몰리면 그 재량이 어떻게 쓰이든 견제가 어렵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

가족들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 분노가 담당 수사관 개인에게 향할 일은 아니다. 향해야 할 곳은 경미 사건 처리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은 입법부, 그리고 경찰의 재량 범위를 좁게 설계해놓은 제도다. 개인 경찰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것은 감정적 대응일 뿐, 다음 사건도 똑같이 반복된다.

법이 부족한 것을 개인의 무정함으로 오독하면, 개혁의 방향을 잃는다.

오늘 이 사건이 남겨야 할 질문은 하나다. 왜 우리는 아직도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과 발달장애인 사이의 사건을 유연하게 다루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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