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진의 럭키비키, 문제는 따로 있다.

아이브 안유진이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일반분양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반응은 두 갈래다. “합법인데 뭐가 문제냐”는 쪽과 “제도가 잘못됐다”는 쪽.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 제도가 애초에 누구를 위해 설계됐는가.


당첨되고 나서가 진짜 문제다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의 분양가는 22억 4300만원. 계약금만 약 4억 5000만원이다. 현금으로. 중도금 이자도 매달 직접 내야 했다. 추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올해 4월 같은 면적 입주권이 36억 9295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대비 시세차익이 14억 5000만원이다. 이 돈이 당첨자 한 명에게 고스란히 떨어진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지원’이라는 제도의 이름으로.


‘무주택자’라는 단어의 함정

현행 민영주택 청약엔 소득 상한도, 금융자산 심사도 없다. 전세보증금 수십억을 굴리든, 주식 계좌에 수억이 있든, 집 한 채만 없으면 ‘무주택자’다. 법적으로 완벽하다. 정책적으로는 완전히 실패했다.

안유진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규칙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비난받아야 할 건 그 규칙이다. ‘무주택’이라는 형식적 지위‘실수요’라는 실질적 필요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이 제도의 설계 자체가 문제다.


청년은 그냥 구경만 해라?

가점제로는 서울 진입이 불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서울 분양 단지 84㎡ 당첨자 평균 가점은 68.3점. 부양가족도 없고, 통장 연수도 짧은 20·30대가 받을 수 있는 점수가 아니다. 그래서 추첨제가 ‘청년의 기회’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당첨됐다고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기회인가.

결과는 숫자로 나왔다. 2025년 11월 한 달에만 청약통장 가입자가 4만 8744명 감소했다. 청년들이 통장을 해지하는 건 포기가 아니다. 합리적 판단이다. 아무리 넣어봤자 당첨돼도 계약 못 하는 게임이라면, 그 게임판을 떠나는 게 맞다.


제도 개편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정부는 청약제도 전면 개편에 신중하다고 한다. 이유는 ‘기존 무주택자에 대한 불공정’을 막기 위해서라고. 그럴듯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렇다. 수억짜리 계약금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제도의 수혜자이고, 그 구조를 바꾸는 순간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신중’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건 용기 없음이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를 낮춰놓고, 그 차익을 당첨자 한 명이 독식하는 구조는 ‘공공의 이익’이 아니다. 개발이익의 사유화다. 공공이 만든 용적률, 공공이 깔아준 인프라로 생긴 이익이 로또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이 구조를, 정부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손대지 않고 있다.

당신이 20대라면, 지금 청약통장에 매달 돈을 넣고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게임, 처음부터 나를 위한 게임이었던 적이 있긴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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