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축구는 이 축제의 자리에서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태극전사들이 ’16강’은커녕 조별리그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탈락했다. 전 국민이 기대했던 월드컵 무대, 결과는 너무나 씁쓸했다.
단순히 ‘이번 대회 운이 없었다’는 말로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오늘은 이번 조별리그 탈락의 배경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려 한다.
조별리그 탈락,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며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 팀을 압도하는 장면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경기 내내 끌려다니는 모습이 반복됐다. 전술적 유연성도 부족했고, 선수 교체 타이밍도 번번이 늦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물론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나 짧은 준비 기간을 거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팀이 얼마나 잘 준비됐느냐’의 문제이고, 그 준비를 가능하게 해야 할 환경이 처음부터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홍명보 선임, 그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많은 팬들이 기억하듯,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은 출발부터 논란투성이었다. 공개 경쟁 없이 진행된 밀실 선임, 투명하지 않은 절차, 그리고 축구계 내부에서조차 터져 나온 반발.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도자 선임은 단순히 ‘누가 감독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고, 비전이 공유되며, 선수단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그 기반이 처음부터 흔들렸다면, 이후의 성과를 기대하기란 애초에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감독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이번 탈락을 두고 홍명보 감독 개인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본질을 흐리는 접근이다. 진짜 문제는 대한축구협회의 구조적 부실이다.
제대로 된 기술위원회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장기적 관점의 대표팀 로드맵은 존재하는지, 유소년 육성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연결되는 일관된 철학이 있는지. 이런 질문들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협회 내부에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다.
월드컵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탈락하면 감독 교체, 새 감독 선임, 잠시 기대감, 또 탈락.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감독 한 명을 바꾸는 게 아니라 협회 전체의 작동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쇄신’이 아닌 ‘해체 수준의 재건’
흔히 위기가 오면 “쇄신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쇄신이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발표는 요란하고, 실제로 바뀌는 건 없다. 대한축구협회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기술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감독 선임의 공개 경쟁 원칙 확립, 중장기 대표팀 육성 플랜 수립.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기득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협회 내부 권력 구조 자체를 해체하다시피 재편하지 않으면, 4년 뒤에도 같은 장면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한국 축구는 분명 잠재력이 있다. 손흥민이라는 세계적 선수를 배출했고, 해외에서 뛰는 유망주들도 늘고 있다. 문제는 그 재능을 하나로 묶어낼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재료가 있어도 레시피가 엉망이면 요리는 망한다.
팬들의 분노, 이번엔 달라야 한다
탈락 직후 SNS는 분노로 들끓었다. 협회를 향한 비판, 감독을 향한 성토,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 그런데 이 분노가 4년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소비된다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팬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지속적인 압력이 필요하다. 월드컵이 끝난 뒤 열기가 식기 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분노’가 아니라, 구조 개혁을 이끌어내는 힘이 돼야 한다.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새 감독에 대한 기대가 아니다. 썩은 뿌리를 제대로 도려내는 일이다.
여러분은 이번 월드컵 탈락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감독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협회 시스템의 문제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