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기흥·구리가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자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또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이다. 수십 년째 반복되는 처방. 그리고 수십 년째 반복되는 실패.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정부는 배우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투기과열지구를 대거 지정했다. 결과는? 강남은 잠시 주춤했고, 분당·용인·판교가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규제지역을 확대했다. 2020년 말 기준 조정대상지역만 전국 111곳. 그래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임기 중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풍선효과’는 이론이 아니다. 검증된 역사다. 한 곳을 누르면 옆이 터진다. 이번에 동탄·기흥·구리를 틀어막으면, 다음 타깃은 뻔하다. 오산, 평택, 남양주. 이미 이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규제가 못 잡는 이유, 정부는 알고 있다
동탄이 오른 이유는 투기꾼 때문이 아니다. GTX-A 개통으로 강남까지 20분대가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고소득 실수요자가 몰렸다. 수요는 구조적이다. 그런데 처방은 규제다.
집값이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교통, 일자리, 학군, 공급 부족. 규제지역 지정은 이 중 어느 것도 건드리지 않는다. 단지 거래를 틀어막을 뿐이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올리고, 전매를 제한한다. 그러면 매물이 줄고, 오히려 희소성이 높아진다. 규제가 가격을 떠받치는 역설이 또 시작된다.
‘핀셋 규제’라는 말의 위험한 착각
정부는 이번 지정을 ‘핀셋 규제’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핀셋은 정밀해야 의미가 있다. 원인 진단 없이 지역만 찍어 누르는 건 핀셋이 아니라 두더지 잡기다. 잡으면 옆에서 또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그 안의 실수요자도 함께 피해를 본다. 생애 첫 집을 사려는 30대, 직장 때문에 이사해야 하는 가족. 이들의 대출 한도가 줄고, 청약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투기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실수요를 막는다. 이게 지난 20년간 규제지역 정책의 민낯이다.
같은 처방,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아인슈타인의 말로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 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국 부동산 정책에 그대로 적용된다.
규제지역 지정은 수십 년간 실패했다. 데이터가 증명한다. 그런데 정부는 또 꺼낸다. 왜일까. 가장 빠르고, 가장 눈에 보이고, 가장 ‘했다’는 티가 나기 때문이다. 실효성보다 정치적 가시성이 우선인 정책. 피해는 언제나 시장이 아니라 실수요자가 떠안는다.
지금 오산·평택·남양주에 집을 알아보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다음 규제지역 지정 발표가 나왔을 때, 그 지역이 당신이 계약한 동네일 수도 있다. 정부의 ‘핀셋’이 당신의 내 집 마련을 찍을 때, 그게 여전히 납득이 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