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대신 칼을 빼들었다. 한동훈계 의원 8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 예고. 표면상 ‘당 기강 확립’이지만, 실질은 계파 청산 시도다. 그런데 이 방식이 효과가 있었던 역사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징계로 계파를 잡는다? 역사는 반대로 답했다
2016년 새누리당. 친박 주류는 ‘진박 감별’로 비박을 솎아냈다. 결과는 탈당과 분당, 그리고 총선 참패였다. 2020년 미래통합당 공천 파동도 마찬가지다. 내부 반발 세력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다 오히려 갈등이 폭발했고, 당은 산산조각 났다.
패턴은 동일하다. ‘징계-반발-결집-탈당-창당’. 이게 한국 보수 정당사에서 반복된 공식이다. 지금 지도부가 이 역사를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 이건 무지가 아니라 선택이다.
“선거로 평가받아야 할 지도자”가 징계로 답한다
진종오 의원의 발언은 핵심을 찌른다. “지도자는 선거 결과로 평가받는 것”. 지도부의 정당성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으로 증명된다. 그런데 지금 지도부는 선거 준비 대신 내부 사정을 택했다.
이건 자신감의 문제다. 정치적으로 자신 있는 지도부는 경쟁자를 끌어안거나, 성과로 눌러버린다. 징계 카드를 꺼내는 순간, 그것은 ‘나는 정면승부가 두렵다’는 선언이다. 강해 보이는 행동이 실은 약함의 표출이다.
야당이 자기 내부 청소하는 동안, 국민은 어디에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고금리·고물가·저성장 삼중고에 짓눌려 있다. 민생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제1야당의 역할은 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쏟아붓는 에너지는 온통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적인가’를 가리는 데 집중돼 있다.
계파 갈등 징계가 뉴스를 도배하는 동안, 물가 대책은 없고 민생 토론은 없다. 당내 싸움이 길어질수록 손해 보는 건 지도부도 아니고 한동훈계도 아니다. 그 시간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건 정치에 지쳐가는 평범한 유권자들이다.
결국 남는 질문 하나
2016년에도, 2020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금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설마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믿는 건가. 아니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지금 이 순간의 권력 유지가 더 중요한 건가.
징계로 잠재운 계파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언제나 당이 아닌 국민이 치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