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또 보이콧, 혁신 없이 낡은 카드만 만지작

국민의힘이 또 보이콧 카드를 꺼냈다.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자, 야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마저 거부하며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맞선 저항이라고 포장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건 저항이 아니다. 퇴장이다.


이 카드, 이미 실패한 적 있다

2020년, 21대 국회 개원 직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똑같은 수를 뒀다. 원 구성 협상 결렬 → 상임위 전면 보이콧 선언. 결과는? 42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그 사이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쓸어갔다. 버티다가 더 잃은 셈이다.

이번 구도는 그때와 판박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그 실패를 경험한 당사자들이 같은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학습이 없다. 전략도 없다. 있는 건 관성뿐이다.


명분이 없다, 그냥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가 부당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야당 몫으로 배정된 7개 상임위원장 자리가 아직 남아있다. 그 자리조차 거부하겠다는 건, 협상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국회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다.

부당함에 맞서는 방법은 회의장 안에 있다. 발언하고, 기록을 남기고, 표결로 싸우는 것. 그게 야당의 존재 이유다. 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견제 기능은 사라진다. 비판할 자리를 스스로 비운 채 비판만 하는 건 모순이다.


내부에서도 이미 “출구가 없다”고 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직접 나온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구 전략이 마땅치 않다.” 지도부가 선언한 강경 노선에 대해, 같은 당 안에서 먼저 회의론이 나온다. 전략이 없다는 걸 전략을 짠 당사자들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보이콧이 길어질수록 청구서는 국민에게 간다. 처리되지 못한 민생 법안, 공전하는 예산 심의, 멈춰선 상임위. “민생 발목잡기” 역풍은 예측이 아니라 수순이다. 2020년에도 그랬다.


낡은 전략을 반복하는 이유는 뭔가

실패한 줄 알면서도 같은 수를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부를 다잡기 위한 결집 효과. 지지층에게 보여주는 강경 퍼포먼스. 협상보다 싸우는 모습을 원하는 강성 지지자들을 향한 신호. 요컨대 국회 안에서의 싸움이 아니라, 지지층을 향한 쇼다.

그 쇼의 비용은 누가 치르나. 법안이 멈추고, 예산이 공전하고, 민생이 뒤로 밀린다. 국민의힘 스스로도 “출구가 없다”고 말하는 전략을 왜 택했는가. 그리고 그 대가를 왜 유권자가 감당해야 하는가.

2020년의 42일을 기억하는가. 이번엔 몇 일 만에 끝날까. 아니, 끝낼 명분을 찾기는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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