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5·18 민주화운동을 겨냥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성역화된 역사 인식을 해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청와대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 수위가 과연 적절한가.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 논리부터 틀렸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발언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어적 원칙이다. 공적 지위를 가진 인물이 사회적 합의를 흔드는 데 쓰는 공격 도구가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국가적 합의다. 이를 “성역”이라 규정하고 해체를 주장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 아니라, 공적 직함을 등에 업은 정치적 도발이다. 두 가지를 혼동하면 안 된다.
경고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의 대응 논리는 더 심각하다. “재발 방지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이 부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막말로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그때도 경고로 끝냈을 것이다. 결과는 이번 발언이다.
재발 방지를 요청했는데 재발했다. 이 패턴이 반복된다면 청와대의 경고는 사실상 면죄부다. 실질적 제재 없이 “요청”만 반복하는 구조는 문제를 묵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 검증이다. 막말 전력이 있는 인물을 대통령 직속 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그 결과가 이번 5·18 발언이다. 검증 실패를 반복하면서 재발 방지만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물어야 한다
규제합리화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그 부위원장이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복한다면, 해당 위원회의 방향성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규제 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사회적 합의를 체계적으로 흔드는 것 아닌가.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인가, 위원회의 기조로 볼 것인가. 이 판단이 지금 필요하다.
질문을 던진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경고로 마무리했다. 만약 이 부위원장이 세 번째 논란을 일으킨다면, 그때도 “부적절하다”는 말로 끝낼 것인가. 임명권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경고가 반복될수록 그 경고의 무게는 줄어든다. 지금 필요한 건 재발 방지 요청이 아니라, 이 자리에 이 사람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다.
